1933년 경성 신문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 시절 ‘싼타크로스’와 성탄 원문 엿보기

1933년 12월 14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옛 기사로 만나는 90여 년 전의 '싼타크로스' 이야기. 낡은 신문 지면 속 원문과 따뜻한 현대어 풀이를 함께 전합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공기에 옷깃을 여미며, 따스한 김이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곁에 두게 되는 계절입니다. 거리마다 흘러나오는 캐럴을 듣다 보면, 문득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가던 그 옛날 경성의 겨울에도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왔을까?’ 하는 동화 같은 궁금증이 피어나지 않으신가요? 1933년 12월 14일,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 경성의 한 신문 지면에는 빛바랜 잉크 자국 속에 ‘싼타크로스 영감’을 기다리던 순수한 설렘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시절의 독특한 어투가 살아 숨 쉬는 원문과 함께, 따스했던 성탄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펼쳐봅니다.

1933년 12월 14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옛 기사 〈크리스마스와 싼타크로스〉의 실제 지면 사료와 원문 기록입니다.

1933년 12월 14일 조선일보 사료 지면

1933년 신문 지면으로 마주하는 ‘싼타크로스’ 원문

1933년 12월 14일 조선일보 크리스마스와 싼타크로스 기사 원문

사진을 누르시면 고화질 원본 지면으로 크게 확대하여 보실 수 있습니다.

📜 1933년 12월 14일 조선일보 기사 원문 (그 시절 표기 그대로)

크리스마스와 싼타크로스 : 뚤어진양말에도 선물은너어주나

"동양에 귀화(歸化)한 박래년중행사(舶來年中行事)에는 오월일일 즉매이데이와 십이월이십오일의 크리스마스가 잇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명절임에는 틀림업스나 컴컴기독은 케치노코 싼타크로스만이 광고에까지 등장하고잇스니 이러다가는 크리스마스=싼타크로스영감만을위하는 년중행사가되지안을지도모르겟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과연 기독의 생일이라고하나 과연 그는 십이월이십오일 오전에 나신것인지 이에대하야는 명확한증거가업다. 기독교가생기기전부터잇서오든 민간의 케원인통지제(冬至祭)의 풍습을 선천이교묘한 기독교인들이리용하야 지독의 생일로만들어논것이아닌가하는말도잇다. 켠나무기튼상록수(常綠樹)를 장식한다든가 선물을 주고밧는것이란든가하는풍습도 동지케의유풍이다."

"싼타크로스는 본래 라마(羅馬)제국이 호화롭든시대의 청고(淸高)이고승(高僧)으로본명은 '세인트, 니코락스'이다. 그는 자비심이 만은사람으로 일반에게 존경을 바닷섯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것업시 그당시사람의 생활난에 바커세 사람의 딸을 창부로 팔랴고하는것을보고 그는가껏든 돈을풀어 그처녀들의 결혼비용까지로..."

당시 신문은 붉은 옷을 입은 산타를 우리 귀에 무척이나 구수하게 들리는 ‘싼타크로스 영감’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이미 경성의 상점들이 "컴 컴(Come Come)", 즉 어서 오라 손짓하는 상업 광고에 산타를 내세우는 세태를 익살스럽게 꼬집으면서도, 제목에서는 ‘뚫어진 양말에도 선물은 넣어주나’라며 가난한 아이들의 소박한 소망을 따뜻하게 보듬고 있지요.

이어지는 현대어 이야기처럼, 기사는 세 자매의 지참금을 남몰래 던져주어 양말 속에 금화를 채워주었던 성 니콜라우스(세인트 니콜라스)의 일화를 전하며, 성탄의 진정한 의미는 화려한 선물이 아니라 춥고 힘겨운 이웃을 돌아보는 ‘다정한 연민’에 있음을 잔잔하게 일깨워줍니다.

1930년대 신문 속 재미있는 표현 톺아보기

  • 박래년중행사(舶來年中行事): '배를 타고 건너온 서양의 연중행사'라는 뜻으로, 5월의 메이데이와 12월의 크리스마스를 당시 신문물이자 새로운 계절 풍습으로 소개했습니다.
  • 동지제(冬至祭)와 상록수: 성탄 트리를 꾸미고 선물을 나누는 관습이 기독교 이전 고대 유럽의 동짓날 축제 풍속에서 비롯되었음을 인류학적으로 흥미롭게 분석했습니다.
  • 세인트 니코락스: 산타클로스의 실존 모델인 '성 니콜라오'를 한자로 청고(淸高)한 '고승(高僧)'이라 번역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 출처: 1933년 12월 14일 자 조선일보 석간 특집 5면 〈크리스마스와 싼타크로스〉 | 뚫어진 양말에도 따스한 사랑이 가득 채워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