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크리스마스] 1887년, 조선에 찾아온 첫 번째 산타클로스와 다정한 일기
class="">안녕하세요, 여러분. 코끝을 스치는 제법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 왠지 모를 설렘이 묻어나는 계절입니다. 방 안을 은은하게 밝히는 꼬마전구 불빛 아래 따뜻한 차 한 잔을 곁에 두고 찬찬히 읽기 좋은, 옛날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우리가 매년 12월이면 당연하게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과연 우리나라에는 언제 처음 이 포근한 문화가 전해졌을까요? 시간을 훌쩍 거슬러 1887년 12월 25일, 찬 바람 불던 조선의 어느 겨울날 기록된 낡은 일기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펜젤러의 1887년 성탄 일기
한국 문헌 사상 최초로 '산타클로스'라는 단어와 성탄 양말 선물 풍습이 기록된 소중한 1차 사료입니다.
벽에 걸린 네 개의 양말과 아이들의 웃음
"Four stockings hung up and emptied this morning viz. Alice's, Peter Cooper, Yi Im Sed's, Choi Kap Kil (two little boys from the school working for us.) Had the story of Jesus explained to them Saturday evening. They had not heard it, were wonderfully interested in it, pleased with the presents, and think Santa Claus a good man."
해석: 오늘 아침 네 개의 양말이 걸려 있었고, 그것을 비웠다. 곧 앨리스, 피터 쿠퍼, 이임세, 최갑길(우리를 위해 일하는 학교의 두 어린 소년들)의 것이었다. 토요일 저녁에 그들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나 놀랍도록 흥미로워했고, 선물에 기뻐했으며, 산타클로스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양말을 걸어두고 다음 날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을 확인하는 서구식 풍습이 조선 땅에 처음 전해진 장면입니다. 참 다정하지 않나요? 자신의 자녀들뿐만 아니라, 배재학당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조선인 소년 이임세와 최갑길을 위해 정성스레 양말을 준비한 아펜젤러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낯선 이방인이 건넨 선물에 활짝 웃으며 "산타클로스는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소박해서 더 따뜻했던 부부의 성탄 선물
"Ella gave me a gold watch chain and a pair of mittens which she knitted herself. I gave prospectively her a silver tea set (6 pieces) which has not yet arrived."
해석: 엘라(아내)는 내게 금시계 줄과 그녀가 직접 짠 벙어리장갑 한 켤레를 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은 찻잔 세트(6피스)를 장차 주기로 했다.
아이들을 챙긴 후, 아펜젤러 부부도 서로를 위한 작은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아내 엘라가 차가운 조선의 겨울을 견딜 남편을 위해 한 코 한 코 정성껏 뜬 벙어리장갑. 그리고 아직 바다 건너오고 있어 실물을 건네지는 못했지만, 아내를 생각하며 주문했을 은 찻잔 세트. 화려한 트리나 거창한 파티는 없었지만, 이렇듯 소박하고 진심 어린 선물이 오가는 풍경이야말로 크리스마스가 가진 진짜 온기가 아닐까 싶어요.
조촐하지만 엄숙했던 성탄 예배
"Crowded church, liturgical service, Mr. Gilmore officiating. The sermon was very short, but to the point."
해석: 만원을 이룬 교회, 예배 의식, 길모어 씨가 집례함. 설교는 매우 짧았지만 요점을 잘 짚었다.
그날의 일기는 북적이는 교회의 성탄 예배 풍경으로 마무리됩니다. 낯선 문화와 언어가 교차하는 작은 예배당이었지만, 발 디딜 틈 없이 모인 사람들의 열기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설교 말씀이 일기장 너머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아펜젤러가 빨간 옷을 입고 수염을 단 '진짜 산타 분장'을 한 것은 아닐지라도, 조선 땅에 성탄의 참 의미와 나눔의 기쁨을 처음으로 뿌리내리게 한 그야말로 이 땅의 '첫 번째 산타클로스'가 틀림없는 것 같네요.
이 일기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
- 최초의 산타클로스 언급: 한국 관련 문헌 중 'Santa Claus'라는 단어가 등장한 가장 오래된 공식 기록입니다.
- 성탄 양말 풍습의 상륙: 이브에 양말을 걸고 아침에 선물을 확인하는 문화가 최초로 기록되었습니다.
- 신분과 국적을 초월한 나눔: 선교사 자녀뿐 아니라 배재학당의 조선 소년들에게 선물을 주며 훌륭한 문화적 가교가 되었습니다.
- 한국 교회사적 가치: 학계에서는 이 1887년 12월 25일을 한국 산타클로스 문화의 기원으로 평가합니다.
📌 참고 문헌 및 사료: 아펜젤러 1887년 12월 25일 자 일기
누군가를 위해 양말에 작은 정성을 채워 넣던 그 밤의 다정한 공기가, 오늘 여러분의 일상에도 닿기를 바랍니다.